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우리은행, 산업은행에 이어 다른 주요 시중은행들의 포스트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 추진 논의도 올해 본격화될 것인지에 IT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앞서 지난해 말, 폭넓은 수준에서 ISP(정보화전략계획)컨설팅을 완료한 KB국민은행은 빠르면 올해 1분기중 포스트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 추진을 위한 사업자 선정에 나설 방침이다.
이런 가운데 시기적으로 포스트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 논의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는 농협은행, 신한은행, KEB하나은행의 행보가 관심이다.
하지만 이들 3개 은행을 확인한 결과, 포스트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의 연내 착수에는 모두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어 주목된다. 이들 3개 은행은 내부적으로 포스트 차세대 프로젝트에 대한 검토는 할 수 있겠지만 별도의 조직을 꾸리거나 구체적인 사전 사업 발주를 낼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농협은행 "그동안 'IT 분리사업'에 집중, 밀린 과제많아 올해는 힘들다" = 먼저, 농협은행은 지난 2009년1월부터 차세대시스템(농협신용신시스템, NHBS : Nature & Human Banking System)을 가동에 들어갔다. 올해로 가동 9년째로 접어든다. 타 은행들의 '포스트 차세대시스템' 구축 기간이 24개월~30개월 정도로 잡히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올해중으로 차세대 프로젝트에 착수한다해도 2020년 가동은 빠듯하다.
하지만 농협은행 관계자들은 “올해 포스트 차세대 프로젝트 추진은 불가능하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앞서 농협은행은 약 4000억원 규모의 예산을 편성해 지난 2년간 진행해왔던 'IT 전환'(은행-상호금융 전산분리)에 전력을 쏟느라 상대적으로 그동안 일반 업무시스템 고도화에는 집중하지 못했다.
따라서 농협은행측은 당장 올해 포스트 차세대시스템 계획을 구체화하기 보다는 각 부문별 업무시스템 고도화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이다. 농협은행의 IT분리 프로젝트는 오는 1월말 설연휴를 통해 모두 완료되기때문에 IT인력 운영에는 비교적 여유가 생겼다.
또한 농협은행은 올해 경기도 의왕 IT센터로의 이전이 '핵심 IT사업'이라고 밝히고 있다. 농협은행의 포스트 차세대 프로젝트는 새 IT센터로의 이전이 모두 완료되는 이후에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농협은행 주변에선 ISP 등 프로젝트 추진과 관련한 사전 컨설팅과 사업자 선정 등은 빨라야 내년 상반기 정도로 보고 있다.
◆KEB하나은행 "작년 IT통합과정에서 시스템 증설, 아직 여유있다"= KEB하나은행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KEB하나은행은 올해 상반기중 '인천 청라 그룹IT센터' 로의 단계적 이전을 IT부문 최대 역점 사업으로 정해놓고 있다. 포스트 차세대시스템 추진 논의는 아직 내부적으로 진행하지 않고 있다.
하나은행은 이미 외환은행과 합병 얘기도 나오지 않았던 지난 2009년 5월 '팍스하나'로 명명된 차세대 시스템의 공식 가동에 들어간 바 있다. 하나은행도 농협은행과 마찬 가지로 올해 가동 9년째로 접어들기 때문에 시기적으론 포스트 차세대시스템 논의가 공식화되는 것이 자연스럽다.
다만 KEB하나은행은 지난해 6월까지, 외환-하나은행 IT통합을 진행하면서 시스템 자원을 대폭 증설하고, 부분적으로 업무시스템에도 혁신적인 개선이 이뤄졌기때문에 당장 시스템 개선의 시급성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와관련 KEB하나은행 CIO인 유시완 전무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현재의 시장 변화를 은행 시스템이 따라갈 수 있느냐 없느냐의 여부가 우리가 포스트 차세대시스템 추진을 결정하는 기준이 될 것”이라며 “다만 현재 판단으론 포스트 차세대시스템을 급하게 서두를 상황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신한은행, "우선은 디지털뱅킹, 채널 혁신에 주력할 것" = 한편 신한은행은 포스트 차세대시스템 추진 계획을 묻는 본지의 질의와 관련 “2006년에 유닉스 환경의 오픈 시스템으로 구축한 이후 지속적인 업그레이드를 통해 안정적으로 운영 중에 있으며, 현재는 디지털뱅킹 전략을 구체화하면서 개별 채널에 대한 혁신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포스트 차세대 프로젝트에 대한 구체적인 추진 일정은 특정하지 않았다.
신한은행은 지난 2006년10월 추석 연휴를 이용해 차세대 시스템의 가동에 들어간 바 있는데, 올해로 벌써 가동 12년째로 접어든다. 시기적으로본다면 세 은행중 가장 포스트 차세대시스템을 서둘러야할 상황이다.
그러나 신한은행은 당장 포스트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에 집중하기 보다는 신개념의 스마트 브랜치 등 디지털뱅킹 서비스를 차별화하는데 주력하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다만 관련 금융IT 업계에선 신한은행이 올해 포스트 차세대시스템 사업을 추진하기위한 ISP에는 착수할 것으로 보고 있다.
농협은행,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등 주요 대형 시중은행들이 올해 포스트 차세대 프로젝트 추진 일정에 대해 이처럼 유보적인 입장을 밝히는 것은 여러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언급한 은행 내부적인 요인외에 포스트 차세대시스템 추진을 하기에 필요한 외부 SI(시스템통합)업체의 개발 인력의 수급 상황을 고려해야 하고 금융지주사 차원의 통합 IT전략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이와함께 기술적인측면에선, 향후 포스트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에서 구현해야 할 목표나 지향점에 있어서 아직 은행들이 확실한 그림을 완성한 단계가 아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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